암표에 대한 단상

마룬파이브 암표

20대의 나는 마룬파이브라는 미국 밴드그룹을 정말 좋아했다.

21살에 일본공대(약칭) 예비교육과정을 수료하던 중 라섹수술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할 정도로 대담했던 것이, 당시 흔치 않았던 시력교정술을 거금을 들여 스스로 예약했고 수술날 혼자서 양재역 근처의 병원에서 시술 후 준비한 선글라스를 쓴 채 경희대 기숙사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당시 룸메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명을 최대한 켜지 않은 채로 두문불출하며 보냈고, 대부분의 시간을 룸메의 CDP를 빌려 음악을 들었는데그 때 무한반복 했던 것이 데뷔 앨범 “Songs About Jane”이었다.

이후 앨범 “V”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며 들었고, 노래 연습도 많이 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밴드다.

2015년, 장교로 복무하던 도중 마룬파이브의 내한소식이 들려왔고 티켓팅 연습을 위해 순발력을 길렀다. 티켓팅 오픈 당일, 최대한 스탠딩 앞번호, 그리고 많은 좌석을 노려보자 생각했고 200번대 두 자리를 예매하는 데에 성공했다.

암표
그 중 한 장

한 장은 내가 가면 되고, 나머지 한 장은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주변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었고 트위터에 판매글을 올리게되었다.

입장번호가 빨라서 인기가 있었는지, 트위터를 올리자마자 쪽지들이 몰려왔다.

“얼마요?”
“얼마에 파세요?”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도 가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역제시를 받았고, 몇 명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부른 사람에게 양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프리미엄 붙여 파는 암표상이 따로 없다.

다만, 수요가 도를 지나치면 재화에 대한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치솟는 건 한순간이라는 체험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댓글 남기기

error: 우클릭은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