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글 가르치기 언제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가장 먼저 접하는 언어는 한글이다.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우리 자녀가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온 세상을 가진것처럼 기쁠터, 그 첫걸음이 바로 한글공부가 아닐까. 별모양은 7살, 4살 여아의 아빠로 여느 부모처럼 한글공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여러 방법을 통해 아이 한글 가르치기 시도를 했다. 이 포스팅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아빠의 한글공부 방법?
부모가 한글학자나 교육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이상,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뭔가를 배울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당사자, 아빠는 어릴 때의 본인이 한글 공부를 했던 기억을 되살려, 그 자녀에게 적용시킬 공산이 크다. 별모양은 어떻게 한글 공부를 했을까?

별모양은 4살 무렵부터 아버지의 강력한 푸쉬아래 한글을 배웠다. 사진처럼 단칸방 여닫이 문 한가득 한글을 적어놓고, 퇴근하신 아버지가 멀찌감치 앉아 “가” 짚어봐, “우” 짚어봐 하면 문 앞에 서있던 별모양는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갔다고 한다. 지금 아버지의 성격으로 짐작컨대, 무척 딱딱하고 엄한 분위기에서 4살 아들은 마음졸이며 한글 공부를 시작했을 것이다.

과정이 그리 썩 모범적이지 않았을 뿐, 한글 공부의 성과는 대단했다. 4살 말쯤에는 웬만한 받침 글자까지 읽을 수 있었고, 5살이 되자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온 뒤면 동화책 전집을 돌아가며 통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참고로 윗 사진에서 별모양이 읽고 있는 책은 금성 애니메이션 세계명작 시리즈 중 피터팬 편으로, 최소 50번을 돌려 읽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이었다.
아이 한글 가르치기
한글 가르치는법
시대는 달라졌다. 초/중학교에서 자연스레 행해지던 체벌은 위법이 되었고, 중/고등학교 시절 두발규제는 거의 사라진 듯 하다. 별모양이 어릴 때 한글을 배운 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한들, 그것이 지금 아이들에게 적절할리는 만무하다. 첫째는 4살에 접어들었고, 곧 한글 공부를 시작해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첫번째, EBS 한글이 야호

한글이 야호는 내가 현 직장에 취직하기 전, 첫째에 대한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을 때 자주 보던 EBS에서 우연히 접한 프로그램이다. 매일 아침 너무 일찍 일어나는 첫째 딸에게 시간 때울겸 찾아 보여주던 EBS 채널 중 그나마 교육적인 걸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기역 니은도 모르는 아이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 바로 한글이 야호 시즌2였다. 모음부터 자음까지 컨텐츠별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반으로 반복학습을 도와준다. 특히 한글이 야호 시즌2에 등장하는 야호 역할인 연기자분이 춤과 연기를 무척 잘하시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한글이 야호의 좋은 점을 살펴보자.

1. 영상 기반의 컨텐츠로 아이들의 거부감이 없다. 3~4세의 아이들은 고정된 활자보다 움직이는 영상에 더욱 흥미를 느끼며 집중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상 기반 컨텐츠는 아이들에게 있어 최고의 놀잇감이자 학습도구이다.
2.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구성,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는 학습진도로 아이들이 꾸준히 볼 수 있다.
3. 무료이다. 조기교육 등을 위시한 마케팅이 난무하는 시대에 유튜브를 통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분명한 장점이다.
4. 가나다라, 아야어여와 같은 기본적인 자음, 모음부터 컨텐츠별 주요 단어들이 율동/노래와 함께 제공되어 따라부르며 익히기 쉽다.
두번째, 한글공부(벽보)

모든 학문이 그러하겠지만, 언어는 특히 접하는 빈도와 실력향상이 정비례하는 것 같다. 하여, 한글을 읽기 위해서는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주변의 마트, 알파 등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글놀이 벽보를 두, 세 종류를 구매하자. 심지어 가격도 몇 천원 정도로 싸다.
아이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의 아이들 눈높이 정도에 붙여주면, 아빠 엄마가 깨닫지 못하는 순간순간에 아이들은 벽보에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한글 뿐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로봇이나 동물 등의 그림이 함께 있으면 금상첨화. 익숙해지면 아빠에게 읽는 방법을 물어보고 좀 더 지나면 한글읽는 것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한글공부 자석

벽보의 상위호환으로 냉장고 등에 붙이면서 학습할 수 있는 도구이다. 벽보에 적혀있는 한글을 읽는 수동적인 방법에서 직접 한글을 만들고 변형해가며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진보한 학습방법이다. 다만, 자석을 위한 학습방법은 자음/모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이다. 활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자석 장난감 그 이상도 아니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왕에 사주는 거 자음/모음 갯수가 많아 여러가지 글자를 만들 수 있는 교구를 사주는 걸 추천한다. ㅏ,ㅑ 같은건 ㅜ, ㅠ와 함께 쓸 수 있긴하지만, 금세 한글을 익혀서 조금이라도 긴 단어나 문장을 만들려하면 자석이 부족해진다. 참고하자.
네번째, 자동차 번호판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동차 번호판은 세금이나 벌금, 주차료를 지불할 때나 마주치게 되지만, 한글을 익혀나가는 아이들에게는 환상적인 교재가 된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자동차마다 자음+모음 조합의 완벽한 연습교재가 된다.
저기 파란색 자동차에는 뭐라고 적혀있지?
빨간색 작은 자동차는 뭐라고 적혀있지?
아이와 주차장이나 골목을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물어보자. 주단위, 월단위로 아이의 읽는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글공부하기 번외
번외 1. 부모님이 책 읽어주기

독서의 중요성
한글을 아직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재미있는 책은 읽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기에 부모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며 들고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퇴근 후 육아에 찌든 당신에게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그림책 세, 네 권 정도는 읽어주자. 그럴 수록 아이들은 책에 대해 흥미를 일으키게 되고, 한글을 읽고 싶어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아이들의 인생에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시기는 길어봐야 2~3년이다. 한권 한권 일어주는 책을 통해 아이의 학습 동기부여가 강해진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주고, 한글을 익히게 되면 재미있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자. 스스로 한글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줄 수 있다.
번외 2. 부모님은 최고의 선생님

부모님은 최고의 선생님
이번 항목은 한글 공부를 떠나, 육아 전반에 관련된 내용이다. 아이는 스스로 결정을 하기 전까지 부모가 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을 공유받아 학습한다.
또한 궁금증이 폭발하는 3-4세의 아이들의 질문 세례에 차분히, 그리고 친절히 설명해주자.(해당 질문에는 한글에 대한 질문도 많을 것이다)
아이는 몰랐던 사실에 대해 부모의 답변을 기준으로 인지/판단하게 될 것이며,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5세 미만의 아동에겐 부모님이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여, 모범을 보이고 올바른 인지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마무리
이 글은 작년 말쯤 일부를 적어 임시글로 저장해놓고, 올해 8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게되었다.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딸은 그림일기와 편지를 쓸 때 오타가 거의 없다.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둘째 딸은 그림책을 읽어나감에 전혀 지장이 없으면 간단한 쪽지를 적을 정도로 한글 실력이 많이 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 아이들과 내가 글자와 책, 쪽지와 편지에 대해 부단히 노력했던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고작 2~3년 전의 일이지만 첫째 딸의 손을 잡고 주차장에서 천천히 걸으며 나눴던 대화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아빠, 저거 ‘마’.”
“그 옆에는?”
“‘사’고, 그 옆에는 ‘누’, ‘누’는 아빠차랑 똑같네?”
“아빠차 번호 알아? 우리 딸 똑똑하네”